[유학] SOP 이렇게 쓰지 맙시다. research

울 동생이 요즘 미국 공대에 원서를 지원하고 있다.
오늘이 동생 유학 원서 5개 마감일이다.
 
그래서 요 한 일주일 동안, 낮에는 학교 연구하고, 밤에는 동생 SOP뜯어 고치고를 반복하였다.
어제 오늘이 피크였는데, 다 끝내고 나니 애를 하나 출산한 듯 진이 빠진다..
(모.. 진짜 애를 낳아본 적은 없으나 이런 힘든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미 애기엄마가 된 내 친구들의 어이가 없다는 비웃음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리는 듯하기도..) 

학업, 연구 계획서라는게 사실 한글로도 쓰는게 쉽지가 않다.
"나 과거에 이렇게 열심히 살았고, 미래에도 이렇게 멋지게 살꺼에요~!!"라고 써야하는데,

어느 누구나 약간의 나르시즘으로,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서 엉덩이 힘주면서도..
"그럼그럼 난 참 멋진 사람이지"라고 착각에 빠져서 살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걸 글로, 그것도 몇 단락씩이나 논리 정연하게 쓸만큼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반성, 그리고 채찍질하면서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겠는가..

내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내 과거 그리고 미래에 관한 설계인데,
거기다가 영어로 써야되니 그 어려움은 이빠이 가중된다.

뭔가 영어로 써놓으니 어찌보면 내용이 아름답고 문장이 미려하다고 착각할 만한 내용들이 있는데,
내가 동생 SOP를 읽으면서 정말 무한히 괴로웠던..
과감히 쳐내야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써야겠다.

Q1. 왜 우리 학교 (A) 에 지원하고 싶나요?
"내가 지원하는 전공 말고도 너무나 훌륭한 단과대학들이 많아요."
"어려서부터 교정을 거닐며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어요."

뭐라고? 다른 단과대학이 훌륭해서 좋다고? 분위기가 짱이라 지원하고 싶다고?
"교정을 거닐며"와 같은 문학표현은 졸업생이 모교에 대해 회상할 때나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단과대학 어쩌구저쩌구 표현은  고등학생이 학부 지원할 때나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아니다, 학부 지원할 때도 쓰면 쥐약인 표현이다.

다른 단과대학이 훌륭한게 내 전공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MIT가 인문대학이 없다고 지원안할껀가? 대학원 때는 교양 과목을 하나도 안 들을 경우가 정말 많은데, 다른 단과대학이 좋은게 나에게 도데체 어떤 인센티브란 말인가.
저런 문장 하나 써놓으면, 바~아로 " 이 학생은 대학원에 대해 전혀 생각을 안해본 학생이군..."하고 탈락 서류파일에 던져진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연구주제가 예를 들면 식품영양학과와의 협동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치자.
만약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연구가 식품영양학과와 상관이 있고, 그래서 내가 지원하는 과 못지 않게 식품 영양학과가 훌륭한게 중요한데, 내가 조사를 해보니 너네 학교 식품영양학과'도' 참 훌륭하더라. 요런식으로 쓰면 갑자기 SOP의 질이 엄청 좋아진다. 왜냐면 왜 A학교에 지원하고 싶은지 이유가 너무 분명하고, 본인의 석 또는 박사 논문 주제까지도 벌써 감이 있다는게 증명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는 모든 학교에서 왜 우리학교를 지원했는지 질문을 한다. 그리고 한국 유학생들에게 이 질문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USNEWS같은 웹싸이트에서 본인이 지원하는 학과의 대학 순위를 보고, "흠흠.. 나는 대략 X순위부터 X+15까지의 학교에 다 넣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입학지원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너네 학교가 X+알파"순위라서 지원한거지 다른 이유가 뭐 있어"가 되는거다.

이 질문을 어줍짢게, 혹은 지어내서, 혹은 감상적으로 *절대*쓰지 말자. 요즘은 인터넷이 좋아져서 검색 1시간만하면 지원하는 학교의 장점이 주구장창 나열된다. 서점에 가면 책도 진짜 많다. 게중 내 SOP전반에 약간 관련 있어보이는 내용 두어개 골라서 연결시켜서 쓰면 된다. 이정도 노력을 들일 시간마저 아까운 안정빵 학교라면 차라리 지원을 하지 말자. 우리나라에서 안정빵 학교로 어플라이하면서 내버리는 외화가 얼마나 무지막대한지 아는가?

지원학교에 대해서 공부를 하자~!

Q2. 왜 석/박사가 하고 싶나요?
-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한 연구가 제품화하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내가 동생 SOP 요 설명을 읽으면서, "이것도 역시 탈락감이군"했다. 회사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학계에서 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르다. 회사에서는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상품이 나와야한다. 그 과정에 무식한 알고리즘을 썼는지, 기똥찬 알고리즘을 썼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그에 비해 학계에서는 앞의 예에서의 "어떤 알고리즘을 썼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가 왜 어려운 문제인지 판단한 다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풀어내는 것. 이게 학계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거다. 그래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90%만 풀어냈어도. "와~~ 대단해요"하고 칭찬을 해준다. 물론 100%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이 나올 수가 없다. 아마 제품이 나오면 10% 불량제품 사용자들이 인터넷 같은데 악플성 사용후기로 테러를 감행해서 회사가 망할 것이다.

이렇게 두 집단이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회사사람들을 보면서 "밥그릇 챙기기만 바쁜 돼지들~" 이라고 생각하고
회사사람들은 나같은 석/박사생을 보며 "아무도 관심 없어하는 쓰짤떼기 없는 문제 둘러싸메고 별나라 시를 읖는 인간들"이라고 무시한다.
 
아아아.. 박사를 오래하다 보니 컨퍼런스 같은데 가서 내 얼굴에 대놓고 별나라 연구 고만하라고 윽박지르는 한국 회사 임원진들도 만난 적이 있다... (사실 한번 이런 소리를 듣고 나면 속상해서 한달씩 잠을 못 이루므로 이에 관해서는 포스팅 하나를 고스란히 써도 모자란다. 고로 나중에..)

각설하고, SOP를 쓰기 이전에 석.박사과정이라는 것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런 고민없이 SOP를 썼다가는 화려한 GRE점수 (혹은 TOEFL점수) 발견되기도 이전에 탈락 파일로 분류된다..

Q3. 졸업 논문 그리고 저널, 컨퍼런스 논문들에 대해 말해봐요
"졸업 논문에 관련된 대외 논문(A)은 하나밖에 없어요. 다른 관련없는 두개 (B,C) 논문이 있기는 하죠."

한국 사람들 SOP를 읽다보면 "겸손, 겸양, 본인 깎아 낮추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초지일관이다. 그에 비해 미국 사람들의 모토는 "Never apologize"이다. 심지어 미국 사람들은 "I think we should do A", "In my opinion, something is B"이런 표현조차 싫어한다. 대신 "We should do A"라는 직접적 표현을 속 시원해하고, 내 의견에 의한 것이 아니라 "something is B"라는 것은 기정 사실이라는 식의 대화법을 좋아한다. 

그래서 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고쳐야 한다.
"석사 말에 아주 재미있는 프로젝에 참여했어요, 그래서 그 논문을 바탕으로 석사 논문을 쓰게 되었지요. 하지만, 제가 석사를 하면서 참여한 프로젝이 여러개였기 때문에, 제 논문 토픽 뿐 아니라 토픽 B에 관한 페이퍼도 써봤고, 토픽 C에 관한 페이퍼도 써봤지요"

결국 알맹이는 같은 내용이지만, 하나는 논문 B,C를 모두 쓰레기 취급하고 졸업 논문의 근거마저 빈약하게 ("하나밖에"라고 말하면서) 만들어 버린다. 그에 비해서 두번째 서술은 A, B,C 그리고 졸업 논문마저 모두 아주 멋지고 훌륭한 것으로 묘사를 한다. SOP는 후자처럼 써야한다. 

결론은:"겸손하면 묻혀버린다~!!!~ 마구마구 자랑을 해라~!!!" 

꼬리1. 유학 지원하는 동생이 두명이었다가는 머리가 다 세버릴꺼다......
꼬리2. 요번 주말에는 드디어 신랑을 만나러 간다.. 랄랄라.. 요 며칠 열라 밋밋한 글만 계속 올렸었는데, 다음주면 신랑이랑 아옹다옹한 부부만담을 쓸 수 있게된다..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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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09/12/16 12: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몽키 2009/12/16 14:38 #

    앗..이런.. 안타깝네요.. 혹 제가 너무 산꼴짜기라고 설명을 해놔서 지원안하시기로하신건...ㅡ.ㅡ
  • 2009/12/16 13:3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몽키 2009/12/16 13:36 #

    아..그럼 감사하죵.. 제가 좋은 글들 추천은 많이 해봤는데, 제가 올라갈 수 있을꺼라고는 생각 안해봐서..
  • Semilla 2009/12/17 04:47 # 답글

    아하하... 괜히 학계에서 industry는 the dark side라고 부르는게 아니지요...
    하지만 돈은 더 많이 번다는거..ㅠㅠ...

    근데 한국은 대학원 지원할 때도 그럼 저렇게 겸손하게 쓴다는 얘기인가요?
  • 몽키 2009/12/17 06:16 #

    제 동생이 좀 지나칠 정도로 겸손.겸양 갖춰서 글을 쓴거기도 해요. 그런데, 꼭 저 예가 아니더라도 "약간 잘난척해도 되는데"싶은 생각이 들게 겸손하게 글 쓰시는 한국 분들 진짜 많습니다.
  • 에타 2009/12/18 05:42 # 답글

    제가 쓴 SOP 다시 읽어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ㅠㅠ 하지만 다시 쓰기는 싫고;;; 다시 쓰기 싫어서 박사과정도 여기있는 학교에서 쭉 할려구요;;
  • 몽키 2009/12/18 06:21 #

    저도 제가 5년전에 쓴걸 다시 읽어보면 정말 쪽팔여요.
  • 새벽 2009/12/26 08:58 # 삭제 답글

    저도 석박과정을 지원을 한지가 좀 되서 지금와서 보면 당시에 확실히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SOP를 썼던거 같아요
    이글에서 SOP의 중요한 부분을 잘정리해주신거 같아요 :)
  • 2010/11/23 22: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몽키 2010/12/07 11:08 #

    당근입니다..ㅋㅋㅋ
  • 아하 2016/10/19 06:05 # 삭제 답글

    2016년에 sop를 적고자 찾는 도중에 글을 읽었습니다. 정말 글을 잘 쓰시네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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