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 + HCI + 잡상 research

잡스 아저씨가 세상을 떠났다. 어제 밤부터 오늘 하루 종일 페이스북에 들어가도, 구글+에 가도, 내가 흔히 들어가는 모든 뉴스 웹싸이트에 들어가도 오직 잡스 아저씨에 관한 이야기 밖에 없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었던 인물. 이곳 저곳에서 두세번씩 본 잡스 아저씨 일대기를 요약하는 비디오나, 앞으로 나올 전기에 관한 일들, 아저씨가 했던 말들, 아저씨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잠시 접어두고 내 전공 분야와 관련된 잡스 아저씨에 대한 만상을 적어보려 한다. 

잡스 아저씨가 나에게 대단한 이유는, HCI의 중요성을 일반인에게 *완벽한 제품들을 통하여* 일깨웠기 때문이다. 

HCI분야에서 "우리 분야에서 이런걸 개발했어요"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컨셉들이 여럿있는데, 그 중 일반인이 애플에서 했지? 하고 흔히 착각하는 두가지 예를 들어본다.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 (GUI, 애플 컴퓨터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멀티터치 인터렉션 (multitouch, 아이폰 지도 확대 축소 등에 사용되는 기술) 같은 것은 사실 처음 연구소에서 (GUI: Xerox Parc, Multi-touch: MERL, diamond touch) 발표된 테크닉들이다.   연구소 내에서는 대단한 발견이고 모든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며, 이후 저자들은 숱한 citation count에 뿌듯해했을지 모르지만, 외부인에게는 "그래서 뭐?" "그게 그래서 왜 좋은건데?" 코방귀를 뀌게하는 우물안 개구리 잔치에 불과했다. 

 GUI가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 위해 (당시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컴퓨팅, 메모리 리소스가 필요하였고, 과연 GUI가 그 값어치를 할만큼 컴퓨터를 다루는데, 꼭 필요한 것인지 모두 긴가민가하였기 때문이다. 멀티터치 기술은 사실 1999년 미스비치 연구소 (MERL) 에서 다이어몬드 터치라는 테이블 위에서 시연한 기술이다. 하지만, 모바일 폰에 이 기술이 탑재되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이유는? 멀티터치를 지원하기 위한 전원 소모,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등에 대한 부대비용이 꼭 지불해야하는 비용이라고 확신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업체가 없었고, 일종의 사치 기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컨퍼런스에 매해 참석하면 (예: SIGCHI, UIST) 정말 재미있고, 획기적인 HCI기술들이 매해 매우 많이 쏟아져 나온다. 논문 발표를 들뜬 마음으로 열심히 쏠쏠거리며 돌아다니면서 듣다가 학계가 아닌 회사에서 방문하신 분들을 만난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즐겁게 들은 그분들이 오신 회사에 쓸모가 있을 것 같은 기술들에 대해서 침을 튀겨가며 설명을 하고, 그분들의 견해를 여쭙는다. "차세대 제품에 이런소형 프로젝터 기술이, 3D 디스플레이 기술이, 센서 기술이 (예는 무궁무진하다) 탑재된다면, 너무나 혁신적일것 같아욧~!!!" 그러면, 다음과 같은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산재해있음을 그 분들이 알려주신다. "전원 소모가 너무 많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을거에요", "협력업체에서 API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 기술을 원할만한 소비자층이 과연 충분히 있을지 몰라서 마케팅 부서에서 승인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현재 나의 보스 비전이랑 매우 상이한 컨셉이라서 힘들 가능성이", "현재 프레임워크에서 지원하지 않는 기술이 있어서 운영체제를 모두 뜯어 고쳐야하는데, 그 작은 기술을 넣기 위해 운영체제를 바꾼다는게 말이 안되기 때문에", ...기타 등등등.. 한국, 미국할꺼 없이 일본, 독일, 체코 기타 등등 기업에서 오신 분들의 고충은 모두 모두 비슷하다. 한결같이, "현실성이 좀 떨어져요"라는 얘기를 해주신다. 근데, 사실 난 질문하기 전부터 그분들이 어떤 문제점을 이야기하실지 눈썹끝만 보고도 감이 온다. 왜냐면, 랩에서 나부터가 이런 문제점에 끊임없이 봉착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면서 어떤 재미있는 HCI 아이디어를 착상하고 그것을 구현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맥시멈 2주? 하지만 유저스터디 사용자에게 손에 넣어줄만한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는 그에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사용자에게 완벽한 제품을 제공하는데는 다시금 10배가 넘는 힘이 들지 않을까? 잡스는 위에서 내가 나열한 그 모든 것을 극복한 것이다, 배터리 기술에 무한한 자원을 투자했고, 운영체제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다 만들었으며, 제3업체와 협력하며 받을 수 없는 스펙, API등에 관한 문제점을 타진하기 위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도맡아하고 있으며, 모바일 라이푸에 대한 비전과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소비자층을 새로 창출해냈다. (이외에도 iphone, itunes의 성공까지는 아주 많은 역경이 산재했다)

그 노고를, 신념을 가지고, "지독한 리더"란 혹은 "독선" 등등의 안 좋은 소리를 들어가며, 끝까지 밀어부칠 수 있었던 스티브 잡스. 그리하여, 누군가 나에게 "HCI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면, "손에 드신 아이폰의 손가락을 집게처럼써서 확대 축소 등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인간에게 컴퓨터를 더 사용하기 편한 기술들에 대해 고민해보는 학문이에요"라고 쉽게 설명할 수 있게 해준 대단한 CEO. 

이전에 누군가가, HCI분야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상용화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라고 질문을 하면, "대게 8~10년 정도 걸려요"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잡스 아저씨와 같은 분이 사라짐과 함께 이제 우리 분야 연구원들이 "이전에는 8~10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10~20년 정도 걸리죠"라고 얘기하게 되는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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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만에 쓴 글이라 레퍼런스 등을 안 달았습니다. 답글로 물어봐주시면, 찾아서 달아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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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모범H 2011/10/07 10:37 # 답글

    스티브 잡스는 이노베이터도, 경영자도, 장사꾼도 아닙니다.
    잡스는 언어학자죠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가 Human-Human Interface 방면의 석학이듯이
    스티브 잡스는 Human-Computer Interface 방면의 석학입니다.
    잡스는 항상 인간과 컴퓨터 디바이스간의 원할한 소통을 목적으로 삼았습니다.
    제가 하고싶은 얘기를 해주셨네요.
  • M.S. 2011/10/07 14:51 # 삭제

    http://muhul.egloos.com/4631548

    컴퓨터랑 너무 소통하다보니 인간과는 소통하는 법을 몰랐나요?
  • 모범H 2011/10/07 17:17 #

    제가 이노베이터 경영자 장사꾼으로서의 역량부족을 이미 말했는데 그 부분의 흠을 들고 나오시면 저더러 어쩌라는건지...
  • M.S. 2011/10/07 17:32 # 삭제

    GUI의 대중화도 잡스가 아니라 다른 사람 업적입니다. HCI의 석학이란 사람이 GUI를 시장에서 몰아낼 뻔 했다니까요!!
  • 모범H 2011/10/07 18:04 #

    아이씨 리플이 제대로 달리질 않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07/2011100700347.html?news_HeadRel

    꼭 얘기하는거 보시면 리사는 GUI가 적용 안돼있고 매킨토시에만 적용돼있던것처럼 얘기하시네요.

    GUI를 밀어내려고 한겁니까? 들이려다 실패한거지.
    이건 경영마인드가 안돼있어서 생긴 문제지 잡스가 GUI를 밀어낼 목적을 가진게 아닙니다.
  • M.S. 2011/10/07 20:58 # 삭제

    HCI의 석학이란 사람이 삽질로 GUI몰아낼 뻔 한거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장과 사원들이 살려놓은거잖아요?
  • M.S. 2011/10/07 20:59 # 삭제

    자기가 제일 처음 만들지도 못해, 컴퓨터랑 대화방면 석학이란 사람이 제품 설계도 제대로 못해서 말아먹어, 남들이 다 해놓으니까 짤라놓곤 내가 했다!! ㅋㅋㅋㅋㅋ 참 대단한 HCI석학 나오셨네 그쵸?
  • 김민장 2011/10/07 13:25 # 답글

    HCI 분야의 연구와 현실의 괴리 재밌게 잘 봤습니다. 이쪽바닥(컴파일러/아키텍처)도 마찬가지. 아키텍처 같으면 아이디어는 좋은 가상적인 기술이 많고 그걸로 논문 수백편도 나왔죠. 그런데 인텔이니 실제 칩 회사에서는 못(안) 만들어요. 마찬가지로 전력소비가 커지고 기타등등 구현 문제가 너무 많아서;;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대단한 사람인 건 아는데 마치 그가 모든 아이폰/아이패드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건 상당히 의심이 가는데, 설마 스티브 잡스가 코딩을 한 것도 아니고 대략적인 방향을 잡아주고 결국 밑그림은 애플의 수많은 엔지니어가 했을 것인데 너무 스티브 잡스만 대단한 듯이 떠드니.... 저 같은 엔지니어는 오히려 맥이 빠지는군요.
  • 밀리네스 2011/10/07 14:44 #

    Standish Group의 Chaos Report 를 보면 IT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중 1,2,3위가 사용자 참여와 경영지원, 명확한 요구사항입니다.
    (저도 엔지니어지만 아쉽게도 엔지니어링과 관련된건 아예 10위안에 들어있지도 않지요. )

    잡스의 유명한 "사용자로써의 시선"과 "절정의 진상 고객 요구사항(단순하게!!!!)"이 잘 알려져있지만,
    애플 복귀후의 잡스는 경영지원 역량도 매우 좋아졌다고 봅니다. (반쯤은 팀 쿡의 역량이기도 했겠지요)

  • 김민장 2011/10/08 03:30 #

    자료를 다시 찾아보니 스티브 잡스가 338개의 미국 특허를 등록했다는군요. 물론 그가 직접 코딩/디버깅은 안 해도 대단한 발명가인 것은 분명했네요.

    @밀리네스: 아마 전체적인 IT 프로젝트를 보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기존의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이니깐요. 그런데 적어도 구글이나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밑바닥에 있는 엔지니어의 역량이 분명 차이가 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MS 제품이 그래서 뛰어났고 요즘에 시원찮은 것도 결국엔 엔지니어 하나하나의 역량이라고 봅니다. 물론, 저는 애플 제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극단적인 tradeoff를 취했기에 가능했다고 보지만(단적인 예로 맥북 에어), 그래도 다른 회사가 쉽사리 애플 제품의 기술적인 성능을 따라 잡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엔지니어링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 유나네꼬 2011/10/07 14:02 # 답글

    그러고보니 잡스가 10년정도 더 살았다면 음성인식 기술에 투자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시작은 이번에 했지만... 그 결실을 거두기에는 몇년 늦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 GUI 2011/10/07 15:16 # 삭제 답글

    GUI의 보급에서의 잡스의 역할은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Lisa로 GUI를 끝장내 버릴 뻔 했으니까요. 실제로 GUI로 성공한 것은 매킨토시인데 매킨토시팀은 잡스가 쓸모없다고 없애버릴려고 했던 것을 스콧이 살려두었기 때문에 매킨토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죠. GUI에서 추앙받아야 할 사람은 잡스가 아니라 스콧과 매킨토시팀입니다.
  • 모범H 2011/10/07 18:08 #

    무슨 문제인지 기사 인용좀 하려고 하면 답글이 올라가다 멈춰버리네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10/07/2011100700347.html?news_HeadRel

    리사와 백은 둘다 GUI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잡스는 GUI를 뿌리고 싶어했어요. 다만 저때는 하이스펙에 목매달고 있어서 가격이 병신같이 비싸다 보니 망한겁니다. 이건 "경영마인드의 부재"이지 GUI를 망하려고 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 GUI 2011/10/07 20:57 # 삭제

    들이려는데 컴퓨터와 대화가 부족해서 어이없는 가격에 나왔으니 망했죠. 잡스대신 다른사람이 도입한 GUI는 잘 나갔습니다. 잡스는 근데 그사람들 다 내쫓고 숟가락만 올려놨죠.
  • GUI 2011/10/07 21:08 # 삭제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HCI석학이 된다면 음성인식을 도입해야 된다고 제일 먼저 생각한 사람은 신세대 HCI석학이 되나요? 도입해서 성공시켜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거죠. 실제로 잡스가 설계한 리사는 말아먹었고 잡스 대신 다른 사람이 살아남게 한 맥킨토시는 성공했습니다. 잡스가 리사에 얼마나 열을 올렸는지 팀원구성부터 연봉까지 맥킨토시와팀과는 완전히 다른 대우였죠. 근데 맥킨토시가 뜨니까 잡스가 팀리더였던 래스터를 자르고 다 자기공적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잡스가 건드렸던 또 하나의 컴퓨터 애플3도 말아먹었습니다. 이래도 잡스가 GUI를 들인 HCI의 석학이라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다 말아먹은 사람들 모두를 석학이라고 불러야겠네요.
  • GUI 2011/10/07 21:10 # 삭제

    급하게 쓰다보니 좀 잘못 썼네요. 잡스가 설계한 -> 설계에 관여한으로 수정하겠습니다. 잡스가 설계에 관여한 2개가 망하고 없애버릴려고 한 프로젝트 1개만 성공했는데 잡스를 GUI를 도입한 영웅이라 불러야 하나요?
  • 몽키 2011/10/19 10:38 # 답글

    헉.. 쥔장이 정신 놓고 있는 사이에 엄청난 토론이 진행되었군요. 이오지마에도 실리고.. 하나하나 정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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